KOMKI

요즘 "이 쪽" 시장이 대세라고?

트렌드 콤키·2026년 8월 21일
요즘 "이 쪽" 시장이 대세라고?

요즘 음악 들을 때마다 낯선 발음 하나가 자꾸 귀에 걸리지 않으셨나요? 에이티즈의 후렴에서 "she's so BAD"가 아니라 "she's so 받"처럼 들리고, 르세라핌의 신곡에서는 나른한 라틴 하우스 리듬 위로 "붐팔라"라는 마법 주문 같은 후렴이 반복돼요. 사실 이 발음, 그냥 느낌만 라틴풍인 게 아니라 진짜 스페인어예요. 아이돌 노래 곳곳에 스페인어 가사가 섞이기 시작한 지는 꽤 됐는데, 최근 몇 달 사이엔 아예 노래 제목부터 현지 아티스트와의 피처링, 활동 지역까지 통째로 남미를 향하고 있어요.

비슷한 시기 스포츠 업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펼쳐졌어요. 지난 2월 슈퍼볼 하프타임 쇼 무대에 선 건 푸에르토리코 출신 라틴 팝스타였고, 그는 영어 한마디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스페인어로 노래했어요.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의 중심 무대가 스페인어로 채워졌다는 사실 자체가 큰 화제였죠. 음악 신뿐 아니라 뷰티, 콘텐츠 업계에서도 남미를 다음 성장 무대로 지목하는 움직임이 부쩍 잦아졌고요. 그동안 북미·유럽·동남아 중심으로 짜여 있던 글로벌 진출 지도에, 남미라는 새로운 축이 뚜렷하게 그려지고 있는 셈이에요. 오늘 콤키에서 이 흐름을 하나씩 짚어볼게요.

🌎 남미가 세계 트렌드의 중심에 선 이유는?

① K팝 – 라틴풍 음악의 유행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음악이에요. 에이티즈는 지난 6월 26일 신곡 'BAD'를 발표하면서 후렴의 "She's so BAD"를 스페인어식 발음인 '받'으로 처리했을 뿐 아니라, 가사 곳곳에 실제 스페인어 문장을 넣었어요. "Tú me tienes loco, toda la noche"처럼 넌 나를 미치게 한다는 뜻의 문장이나, señorita 같은 단어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죠.

르세라핌의 신곡 '붐팔라(BOOMPALA)'는 한발 더 나아갔어요. 5월 22일 발매된 이 곡은 장르 자체가 라틴 하우스로 분류되고, 로스 델 리오의 유명곡 '마카레나'를 샘플링해서 만들었어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남미 현지 보이그룹 산토스 브라보스와 함께한 피처링 버전까지 별도로 발매했죠. 곡 하나를 아예 현지 아티스트와 공동 작업해 남미 팬들에게 내미는 방식인 거예요.

무대를 아예 현지로 옮긴 그룹도 있어요. 엔믹스는 지난 2월 14일부터 18일까지 열린 브라질 상파울루 카니발에 K팝 아티스트 최초로 참여해 현지 팝스타 파블로 비타의 블록 파티에 특별 게스트로 올랐고, 200만 명에 가까운 관객 앞에서 무대를 선보였어요. 이어 2월 25일에는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오랜 역사의 축제인 칠레 '비냐 델 마르 페스티벌'에도 K팝 그룹 최초로 초청받아, 스페인어 버전 곡과 스페인어 가사가 담긴 신곡들로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어요.

에이티즈 역시 9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대형 페스티벌 '록 인 리우' 무대에 오르고, 스트레이 키즈는 콜롬비아 보고타·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멕시코시티를 도는 신규 페스티벌에 참여할 예정이라, K팝 그룹들의 라틴 시장 직접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와요.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 스트리밍 볼륨 집계에서 미국, 인도에 이어 멕시코와 브라질이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남미는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음악 소비 시장으로 커져 있었던 거예요.

② 스포츠·미디어 – 슈퍼볼 무대를 통째로 채운 스페인어

음악 산업 밖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지난 2월 8일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0회 슈퍼볼 하프타임 쇼였어요. 헤드라이너로 나선 푸에르토리코 출신 배드 버니는 스페인어로만 전곡을 부른 최초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 아티스트가 됐어요. '엘 아파곤', '요 페레오 솔라' 같은 스페인어 히트곡을 연달아 선보이며 사탕수수 농장, 라틴계 결혼식 같은 소재로 무대를 채웠고, 직접적인 정치 발언 없이도 아메리카 대륙 국가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중남미 지역과의 연대 메시지를 전했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어요. 뉴욕타임스는 라틴 문화의 축제 같은 무대였다고 호평했고, 워싱턴포스트도 예상보다 도발적이지 않고 전통적인 가족 가치를 담았다고 평했지만, 정치권 일부에서는 강하게 비판했어요. 이런 논쟁 속에서도 이 하프타임 쇼는 약 1억 3600만 명이 시청하며, 같은 시간 열린 대안 성격의 보수 콘서트 시청자 수를 훨씬 웃돌았어요. 라틴 팝이 비주류 취급받던 자리에서 벗어나, 미국 대중문화의 가장 큰 무대를 완전히 자신의 언어로 장악해버린 사례인 셈이에요.

③ 뷰티·소비재 – K뷰티의 다음 목적지는 브라질?

산업계 쪽에서도 남미는 이미 실질적인 숫자로 움직이고 있어요. 한국무역협회 집계에 따르면 2024년 남미 11개국의 뷰티 제품 수입액은 41억 3000만 달러에 달했고, 한국의 대남미 뷰티 수출액은 2020년 1530만 달러에서 2024년 7020만 달러로 4배 넘게 늘었어요. 국가별로는 브라질이 45%, 칠레가 23.2%를 차지해 두 나라가 한국산 뷰티 제품 남미 수출의 약 70%를 차지해요. 남미의 가장 큰 시장인 브라질의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2022년 900만 달러에서 2023년 1,700만 달러, 2024년 3,200만 달러, 2025년 5,400만 달러로 3년 만에 6배 가까이 늘었어요.
중소벤처기업부도 지난 7월 27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브라질화장품협회, 남미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메르카도 리브레와 국내 중소 브랜드의 현지 입점·마케팅 지원을 협의하고 나섰고요.

출처: 중소기업벤처부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어요. 아모레퍼시픽은 2023년 스킨케어 브랜드 라네즈를 멕시코에, 헤어케어 브랜드 미쟝센과 려를 브라질에 각각 처음 선보이며 중남미 시장에 처음 진출했어요. 라네즈는 이후 2024년 칠레와 콜롬비아, 2025년 브라질과 페루로 판매 지역을 계속 넓혔고요. 미국 뷰티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멕시코에서는 라네즈 등 스킨케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멀티브랜드숍·드러그스토어 입점을 확대하고, 헤어 시장이 큰 브라질에서는 미쟝센과 려를 앞세우는 식으로 국가별 소비 특성에 맞춘 전략도 병행하고 있고요. 중산층의 소비 기반이 안정적이고 향수·헤어케어 시장이 발달한 브라질은, 스킨케어에 강점을 지닌 K뷰티 기업이 카테고리를 넓힐 기회가 큰 시장으로 꼽혀요. 여기에 브라질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을 확보하면 아르헨티나·칠레·콜롬비아 등 인근 국가 진출에도 유리해진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히고요. 물론 높은 수입 관세, 복잡한 인증·통관 절차, 물류비 부담 같은 과제도 함께 언급돼요.

④ 콘텐츠 – 포화된 북미·유럽 대신 남미로 눈을 돌리는 스트리밍 업계

출처: GRAND VIEW RESEARCH

콘텐츠 업계도 비슷한 흐름이에요. 2026년 들어 북미와 서유럽 콘텐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라틴 아메리카는 디지털 인프라 확충과 모바일 중심 소비 패턴, '스트리밍 퍼스트' 세대의 부상으로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어요. 브라질과 멕시코라는 두 대형 시장을 중심으로 콜롬비아·아르헨티나·칠레 같은 신흥 시장까지 함께 커지고 있고,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채널인 FAST 생태계도 빠르게 확대되는 중이고요.

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히는 키워드는 다름 아닌 '현지화'예요. 앞서 살펴본 K팝 그룹들이 스페인어 버전을 따로 만들고 현지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것도, 결국 콘텐츠 업계 전체가 마주한 같은 숙제를 먼저 풀어낸 사례라고 볼 수 있어요.

💡 콤키의 한 입 인사이트

— 진짜 '현지화'는 번역이 아니라, 그 언어로 직접 말하는 데서 시작돼요

지금까지 많은 브랜드나 아티스트에게 '글로벌 진출'은 곧 '영어로 승부하기'와 거의 같은 말이었어요. 자막을 붙이고, 영어 버전을 만들고, 영어로 소통하는 게 해외 시장에 다가가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여겨졌죠. 그런데 최근 남미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들을 보면, 오히려 정반대의 문법이 통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배드 버니는 미국 최대 무대에서조차 영어로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스페인어로 밀어붙였고, K팝 그룹들도 영어 버전이 아니라 스페인어 버전을 따로 만들고, 현지 아티스트와 실제로 협업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이건 단순히 '언어 하나 더 넣기'의 문제가 아니에요. 상대방의 언어로 직접 말을 건다는 건, 그 시장을 '팔아야 할 소비자'가 아니라 '함께 어울릴 상대'로 대한다는 신호이기 때문이에요. 번역된 콘텐츠를 던져주는 브랜드와, 서툴더라도 그 나라 말로 인사를 건네는 브랜드 중 어느 쪽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아요. 완벽하지 않아도 직접 그 언어로 다가가려는 시도 자체가 현지 소비들에게는 진심으로 읽힐테니까요.

우리 업종이나 브랜드에 적용해봐도 비슷해요. 해외 진출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영어 카탈로그, 영어 홈페이지라면, 한 번쯤은 질문을 바꿔볼 만해요. 지금 우리가 가장 다가가고 싶은 시장은 어디인지, 그리고 그 시장의 언어로 직접 말을 건넨 적이 있는지 말이에요. 큰 예산을 들인 번역보다, 서툴러도 진심이 느껴지는 한 마디가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 여러분의 브랜드는 어떤 언어로 이야기하고 싶으신가요?

이렇게 보니 '해외 진출'이라는 게 시장 규모나 성장률 같은 숫자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요. 결국은 그 나라 사람들에게 어떤 태도로 다가갈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아직은 낯선 시장이라 망설여지더라도, 번역 투의 인사말 대신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로 직접 말을 건네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지금 한창 뜨거운 남미 시장이든, 오래전부터 눈여겨봐 온 다른 시장이든 상관없어요. 낯선 언어로 먼저 말을 건네는 용기가, 생각보다 큰 문을 열어줄 수도 있으니까요. 여러분의 브랜드는 어떤 언어로, 어떤 시장에 가장 먼저 말을 걸고 싶으신가요?

🍪💌 콤키의 한마디

낯선 언어로, 낯선 시장으로 첫발을 떼는 일은 누구에게나 서툴고 두려운 법이에요. 그래도 그 서툰 한 걸음이 결국 가장 진심으로 와닿는다는 걸 기억해두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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