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음 청년, 사실 마냥 쉬지만은 않다고?

혹시 '쉬었음 청년'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쉬었음'은 국가데이터처에서 경제활동인구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하는 인구조사의 비경제활동인구를 지칭하는 분류 중 하나로, 노동 시장에서 활동하지 않으면서도 다르게 분류될 만한 활동이 없는 상태를 말해요.
2024년~2025년경 청년 취업난을 조명하는 언론 기사의 헤드라인으로 "'쉬었음' 청년이 증가세"에 있다고 보도된 것이 세간에 유행하면서 백수를 돌려 칭하는 말 혹은 이를 비꼬는 형태로 사용되곤 하는데요. 이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왠지 아무것도 안 하고 방에서 뒹구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나요?
그런데 마케팅 업계에서 이 청년들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예전보다 길어진 취업 준비 기간 속에서 자기만의 소비와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오히려 지금 이 순간 트렌드를 이끄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거든요. 쉬고 있는 게 아니라, 쉬지 않고 자기만의 하루를 채우고 있는 거죠. 오늘 콤키에서 '쉬었음 청년'의 진짜 얼굴을 하나씩 짚어볼게요.
📊 숫자로 보는 '쉬었음 청년', 6년 만에 최대
먼저 이 현상이 얼마나 커지고 있는지부터 볼까요. 국가통계포털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20대 후반(25~29세) 비경제활동인구는 78만 4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 7000명이나 늘었어요. 이는 4월 기준으로 코로나19 고용 충격이 덮쳤던 2020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에요. 특히 눈에 띄는 건 이 기간 20대 후반 인구 자체는 7만 2000명 줄었는데 경제활동인구는 10만 9000명이나 급감했다는 점이에요.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일터를 떠나는 속도가 더 빠른 거죠. '쉬었음' 인구만 놓고 보면 1년 전보다 3만 1000명 늘어난 22만 8000명으로, 역시 2020년 이후 최대 규모예요. 범위를 넓혀 20~39세 전체로 보면 '쉬었음' 청년이 71만 7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어요. 기업들이 신입 공채보다 수시·경력 채용을 선호하면서 첫 취업 시기 자체가 뒤로 밀리는 구조적 변화가 배경으로 꼽혀요.
🎥 취준 일상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

'쉬었음 청년'들은 이 기간을 숨기기보다 자신들의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겪는 일들을 콘텐츠로 승화시켜요. 트렌드에 민감한 20대 중 취준생 비중이 커지면서,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에는 취준생 공감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어요. 취업 스터디 브이로그, 자격증 공부 루틴, 면접 후기 같은 경험 공유형 콘텐츠부터 그냥 하루하루를 담담히 기록하는 일상 브이로그까지 형태도 다양해요.
한 예시로 인스타그램의 @i.hate.choijun 채널이 있는데요, 취준을 하면서 겪었던 상황, 면접썰 등을 재미있는 캐릭터로 풀어내며 팔로워 수 3만 이상을 달성하고 100만 조회수를 훌쩍 넘는 릴스를 만들며 많은 취준생들의 공감 받기도 했어요.
이런 콘텐츠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면서, 취준생들의 반응과 선택 자체가 화제성을 만드는 중요한 접점이 되고 있는 거예요.
🍀 취준생의 불안, 굿즈로 소비되다


출처: 오늘의집
취준생의 불안은 소비로도 이어져요. 대표적인 게 액막이 명태·달항아리 같은 행운 오브제예요. 명태는 예로부터 액운을 막고 재물과 복을 부른다는 의미로 개업·이사 때 걸어두던 소재인데, 최근 패브릭·우드 소품으로 재해석되면서 오늘의집 기준 검색량이 1년 새 1300% 급증했어요. 화분·조명·미니 오브제로 다양해진 달항아리 소품도 검색량이 최대 800%대까지 뛰었고요.

비슷한 흐름을 탄 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텐트서울(TENT SEOUL)의 '액막이 소금단지'예요. 동양의 오행을 현대적 풍수로 재해석해 악운을 막고 다섯 가지 복을 기원하는 콘셉트로 내놨는데, 운세박람회에서 4일 만에 전량 완판되며 가방이나 차 키에 다는 미니 키링 버전까지 나왔어요.

악세사리로는 옥반지도 있는데요. 예로부터 옥은 액운을 막고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상징으로 여겨졌는데, 마음을 진정시키고 불안을 해소해주는 보석으로 통하면서 요즘 데일리 주얼리로 SNS에서 인기예요. 중장년층 이미지였던 옥반지가 얇고 세련된 형태로 재해석되고 BTS 뷔의 착용 모습까지 화제가 되면서 2030 사이 확산 중이에요.
업계는 이런 흐름을 '럭키슈머(Lucky+Consumer)' 트렌드로 불러요. 노력만으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시기, 물건에 좋은 기운을 담아 스스로를 다독이려는 심리적 소비인 거예요.
🏙️ 취준생이 만드는 새로운 핫플레이스
취준생들이 모이는 곳 자체가 새로운 핫플이 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에요.

테마형 도서관들이 조용히 머물며 마음을 쉬어가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어요. 전주국제영화제 상영관 옆에 자리한 도서관부터, 통유리창 너머로 숲이 보이는 삼청공원숲속도서관, 오동숲속도서관까지, 책만 보는 곳이 아니라 하루 종일 머물러도 부담 없는 공간으로 소비되는 거예요.
주말엔 강원도 동해 묵호로 향하는 발걸음도 늘고 있어요. 묵호역 KTX 이용객은 1년여 만에 2배 이상 늘어 올 1월 5만 4000명을 넘겼는데, 대부분 SNS를 보고 찾아온 20~30대예요. 이 장소들의 공통점은 모두 힐링과 자기계발 이미지로 유명해졌다는 점, 그리고 장소의 화려한 감성보다 내 감정을 우선시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에요.
하나의 마음은 여러 형태로 드러나요. '쉬었음 청년'의 소비를 하나씩 보면 서로 다른 트렌드처럼 보이지만, 그 중심에는 불안한 일상을 스스로 돌보고 위로하고 싶다는 공통된 심리가 있어요. 이 마음이 콘텐츠로, 굿즈로, 공간으로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는 거예요.
💡 콤키의 한 입 인사이트
— 브랜드의 '쉬었음 청년' 공략법은 단순한 절약이나 가성비 마케팅으로는 설명되지 않아요. 특히 요즘 확산 중인 '럭키슈머' 소비 심리를 읽으면 접근법이 보여요.
첫째, 이미 청년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테마형 도서관이나 묵호처럼 이미 취준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공간이 있다면, 브랜드가 억지로 새 공간을 만들기보다 그 안에서 자연스러운 접점을 만드는 편이 효과적이에요.
둘째, 제품과 서비스에 '행운'과 '위안'의 의미를 담기. 액막이 명태, 달항아리, 옥반지가 통하는 건 예쁘거나 저렴해서만은 아니에요. 불확실한 시기에 곁에 두면 마음이 놓이는 상징성이 핵심이거든요. 브랜드도 단순 할인이나 캐릭터 마케팅을 넘어, 응원과 행운의 메시지를 담은 굿즈나 패키지로 '럭키슈머' 심리에 다가갈 수 있어요.
셋째, 완벽한 성공 서사보다 솔직한 위로의 화법 쓰기. 취준 과정의 불안과 반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환대와 상담을 강점으로 내세운 광고가 오히려 신뢰를 얻어요. 감정을 어루만지는 메시지가 지금 시대의 '필코노미'를 자극하는 방법이에요.
지금 청년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브랜드가, 훗날 이들이 사회에 진입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가 될 거예요.
🤔 '쉬었음'이 아니라 '준비 중'입니다
숫자로 보면 취업을 미루는 청년은 분명 늘고 있어요.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들은 하루도 가만히 쉬고 있지 않았어요. 자신의 불안을 콘텐츠로 기록하고, 작은 굿즈에 마음을 담아 위로받고, 자기만의 아지트를 찾아 하루를 채워가고 있죠. '쉬었음'이라는 통계 분류가 담아내지 못하는 이 부지런한 하루하루가, 사실은 다음 트렌드의 출발점이 되고 있는 거예요.
🍪💌 콤키의 한마디
누군가에게는 '쉬었음'으로 보이는 시간도, 사실은 자기만의 속도로 채워가는 하루예요. 오늘도 각자의 속도를 응원합니다.♥️







































